언론속의 국민

장강의 앞물이 취할 자세 / 김도현(경영학부)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제가 관여하고 있는 연구기관에서 연구자 채용공고를 냈습니다. 지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흐뭇했습니다. 젊은 연구자들의 연구실력이나 외국어능력이 저희 세대보다 확실히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금 주어진 기회가 그 능력만큼 풍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쪽수'로 다른 세대를 압도하고 있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초반 출생 세대들이 대학이나 연구소의 정규직, 고임금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능력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부당한 일입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대학의 교수 자리를 온전히 실력만으로 재배분한다면 기존 교수들의 상당수가 지금 비정규직 자리를 전전하는 신진연구자들에 의해 대체될 것입니다. 저도 예외가 아닐지 모릅니다. 

 

대학과 연구소만의 문제일까요? 연공서열급으로 인해 고임금을 받는 직원들이 생산성에서는 젊은 직원들에 뒤처지는 문제는 거의 모든 기업의 골칫거리입니다. 나이든 세대는 생산성 보다 높은 소득을, 젊은 세대는 생산성 보다 낮은 소득을 얻는 불비례 현상은 기성세대가 조직 상층부를 장악하고, 여론이나 권력지형에서 우세하기 때문에 벌어집니다. 의사결정에서 나이든 세대가 과잉대표되는 것이지요.

 

이런 과잉대표 현상은 조직내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전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심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결정을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시장획정이나 진입장벽측정에 학문적 이견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상공인 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입장을 냈습니다. 실제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점포를 가진 외식사업자들은 배달앱이 너무 큰 비용부담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민이 없던 시절이 훨씬 더 좋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하지만 배달앱을 기반으로 창업한 외식사업자에게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배달앱 덕분에 점포를 얻을 필요가 없었고, 권리금이나 인테리어비용이 없으니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젊은 창업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소비자의 니즈에 빠르게 대응하고, 모바일 마케팅으로 무장한 덕에 기존 점포기반 사업자들을 압도하곤 합니다. 배달앱 생태계 내에 세대간 경쟁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배달앱에 우호적인 젊은 창업자들의 목소리는 듣기 어렵습니다. 소상공인단체들은 오프라인사업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사례는 많습니다. 네이버 뉴스에 대해 기존 언론사들이 갖는 불만과 걱정은 자주 공론화되지만, 네이버 뉴스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신생언론사의 목소리는 듣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잘 이용하는 사업자들은 대체로 젊고, 상대적으로 디지털 능력이 부족한 전통 사업자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점점 강하게 논의되는 플랫폼규제가 의도했든 안했든 기성세대의 이익을 옹호하는 성격을 가지게 되는 이유입니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낸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뒷물에 얻어맞은 앞물은 결코 버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운명임을 알고 차분히 밀려갈 뿐입니다. 새로운 능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실력으로 승부하자고 도전장을 내밀 때, 기성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선택할 용기가 내겐 있는 것인지, 뛰어난 이력서들을 만지작거리면서 떠오른 두려운 질문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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