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세계와우리] 북·러 정상회담 파장과 과제 / 장덕준(러시아ㆍ유라시아학과) 교수

러, 우크라전쟁 무기 공급받고
북, 핵프로그램 핵심기술 확보
북·러 밀착 안보에 중대한 도전
中 활용 ‘국제적 견제’ 끌어내야


국내외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던 북·러 정상회담 ‘설’이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특별열차 ‘태양호’ 편으로 러시아 아무르주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8월 하순에 정상회담 준비팀으로 보이는 북한 대표단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부터 9월 중 북·러 정상의 회동이 점쳐졌다.


이에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북한 방문이 주목받은 바 있다. 그는 지난 7월25일부터 28일까지 북한의 ‘전승절’ 70주년 기념식 참석차 평양을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휘에 정신이 없을 러시아 국방장관이 단순히 북한의 ‘전승절’을 축하하기 위해 평양에 갔을까?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쇼이구의 방북은 양국 간에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현안이 논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러시아 대표단의 무기 전시회 참관이다. 김정은은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한 무기 전시회에서 직접 북한제 신형 무기들을 소개했다. 방북 당시 쇼이구가 김정은에게 북·중·러 연합해상훈련을 공식 제안했다는 정보 당국의 분석도 예사롭지 않다.


‘위험한 거래’라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회동을 강행한 까닭은 무엇인가. 우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탄약과 포탄이 고갈되어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탄약, 포탄, 대전차미사일 등 무기 확보가 급선무인 러시아로서는 북한의 지원이 절실하다. 냉전 시기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모스크바가 평양을 향해 애타게 구애하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으로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러시아와 손을 잡음으로써 핵프로그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핵잠수함 개발, ICBM 대기권 재진입, 군사 정찰위성 완성 등에 관련된 기술이 그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협력함으로써 유엔 제재를 무력화시킬 정도의 에너지, 식량, 원자재 등 경제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북·러 협력이 과연 기대만큼 진전될 수 있을까. 러시아는 첨단 무기와 군사기술 제공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다. 과거 러시아는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에도 최첨단 항공기 등 신형 무기를 제공하기를 꺼렸다. 자칫하면 자국의 전략적 이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소련 시기와 달리 러시아는 지금까지 유상 판매 형식으로 외국에 무기를 공급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러시아산 무기를 상업 베이스로 조달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김정은의 예상 동선과 회담 의제까지 공개하고, 추가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북·러 간 무기거래에 대해 경고해왔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은 대한민국 안보 환경에 중대한 도전으로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우선 한국은 정보 공유, 유엔 및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등을 위해 한·미·일 협의체 중심으로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러 밀착에 마뜩잖은 시선을 가진 중국이 북·러 간 무기거래와 군사협력을 견제하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는 중국의 협조를 얻어 내기 위한 유용한 카드가 될 것이다. 한편 러시아와 중국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무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15년 이상 구축해 온 유엔의 대북 제재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도록 러·중 양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러시아와는 다양한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한편으로 북·러 간 거래가 어느 정도까지 실행되는지 차분하게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거세지는 신냉전 파고를 넘기 위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한반도 안보 상황의 주요 변수인 러시아와 중국과의 협력 공간을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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