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인! 국민인!!

사람 만나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요 / 하현상(행정정책학부) 교수

우리는 혼자가 편하다. 이미 혼밥, 혼술 등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동네에 어떤 장소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하현상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도시·지역 문제를 야기하며 복지, 교육, 범죄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희망은 공동체에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마을공동체론’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강의가 아니다. 학생들이 발로 뛰면서 정릉3동을 관찰하고, 축제를 기획하며 지역의 공동체 정신을 찾는 활동이다. 나아가 이 수업을 거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릉3동 마을동장, 마을자치위원장으로 위촉하는 행사도 열렸다. 학생 신분을 넘어 마을의 실제적인 업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다. 국민대학교와 정릉3동의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 지금 만나보자.

 

공동체주의를 실현하다

‘정릉3동 명예동장’과 ‘명예주민자치위원장’ 위촉식이 지난해 9월 개최됐다. 명예동장으로 선출된 윤동현(행정학과 09) 학생은 “지역 사회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를 통한 수업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과 시각을 바꿨다”며 활동의 의미를 전했다.

“지역의 여러 기관의 단체장은 물론, 주민분들, 그리고 국민대 학생들이 모여서 정릉3동에 대한 주요 안건을 놓고 회의해요. 마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좋을지 기획도 하고요.”

윤동현 명예동장과 김수민, 안희령 명예자치위원장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1년 동안 실제 행정 현장과 마을 프로젝트에 실제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의 마을공동체론 수업과 연계해 선발된 학생들이다. 이를 위해 국민대학교와 정릉3동은 기회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하 교수는 “적극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이 선발됐다”며 학생들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주 낯설어 했어요. 모르는 주민분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니까 쑥스러웠을 거예요. 하지만 주민들과의 대화법을 배우면서 생활의 지혜가 많이 쌓인 게 보였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체험해본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다른 학생들보다 사회 생활을 더 능숙하게 해나갈 거예요.”


새롭게 태어난 정릉3동

하 교수는 정릉3동에서 진행할 새로운 프로젝트 발굴을 위해 학생들과 몇 주 동안 지역사회를 돌아다녔다. 기본 조건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과 학생들과 주민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찾아보니까 주변에 무속인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산신제라는 숨겨진 전통도 있었고요. 특히 산신제는 70년 동안 이어져 오던 전통인데, 거의 사라질 위기였죠. 마을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미신으로 받아들여 기피했어요.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이는 자원을 긍정적인 자원으로 변화시켜 지역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어요. 이를 전문 용어로 ‘자산기반 커뮤니티 발전 전략(Asset Based Community Development Strategy)’이라고 하죠. 종교의식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인식한다면 공동체 발전에 큰 축을 형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주민들이 먼저 제안한 아이디어도 있었다. “정릉천에 있는 퇴적지인 개울섬 공간을 활용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과거 개울섬은 거의 방치된 장소나 다름없었다. 이곳에 ‘개울랜드’라는 이름을 붙여 축제를 열었다.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용하면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추진하고자 했죠. 그래서 생각한 주제가 ‘단오’였어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개울장이 열리는 날, 개울랜드를 오픈했는데요. 주로 전통놀이, 한복체험 등을 진행했어요.”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학생들과 함께 정릉3동 매핑 작업도 시작했다. 개울섬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공간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이다. 기존의 공공시설 중심이 아닌 볼거리, 맛집, 역사적 공간 등을 위주로 매핑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학생들, 지역 주민들, 그리고 지역 방문객들에게 필요한 지역 기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올해 완성을 목표로 작업 중이에요. 정릉3동에 가볼 만한 곳을 정리해보니 대략 250개 정도 되더라고요. 사실 주민들과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장소가 아주 많은데, 잘 모르거든요. 당장은 정릉3동의 매핑 완성을 목표로 꾸준히 작업해서 점차 성북구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럼 몇 년 걸리겠죠.”


좌) 하현상(행정정책학부) 교수, 우) 윤동현(행정학과 09) 학생


윤동현(행정학과 09) 학생

 

“지역 사회에 보람된 일을 하다 보면 가치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마을공동체론이 필요한 이유

마을공동체론은 행정학전공 수업 중 하나다. 하 교수는 “마을공동체론을 통해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 만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요. 모든 만남에는 지혜가 필요한 법이죠.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한다고 지혜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에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룬 수업이기 때문에 좋은 학습 기회가 될 거예요. 요즘은 주민 자치 활동이 직선제로 바뀌고 있어요. 주민이 동장이 되는 시대가 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이 수업이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이에 윤동현 학생은 “미래에 동장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노원구 월계동에 살고 있는데, 나중에 월계동 동장이 되고 싶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동네가 어떤 곳인지 생각해보게 됐거든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 못 했을 거예요.”

하 교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기업을 창업할 수도 있고, 마을 활동가라는 새로운 직업군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수업을 통해 형성될 수 있는 진로까지 제시했다. 

“꼭 사회에 나가 큰일을 하는 것에만 목표를 두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에 보람된 일을 하다 보면 가치 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국민대학교 유지수 총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실용주의와 공동체 정신을 강조했다. 학생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지역의 문화가 만나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을공동체론이야말로 국민대학교의 교육철학을 반영하는 프로젝트가 아닐까. 마을 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한 국민대 학교 학생들의 땀방울은 오늘도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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