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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평등, 자유, 권리' 이종은(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상 분야 책이라 독자층이 좁다고 생각해 후보작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수상까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이종은(61)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올해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학술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평등, 자유, 권리>를 쓰려고 마음 먹은 것은 20년도 넘었다. 대학에서 줄곧 가르쳐온 학생들은 물론이고 지식인들조차 정치토론회나 좌담회에 참석해 자기주장만 펼치는 모습을 보며 "정치에 대한 기초 소양부터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의, 윤리, 평등, 자유 등 민주정치의 대표 개념들을 묶어 시대 순으로 정리하는 3부작을 기획해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평등, 자유, 권리>는 지난해 책세상에서 나온 <정치와 윤리>에 이은 이 3부작의 두 번째 책이다. 전작이 공리주의, 의무론, 계약론 등으로 서구의 정치 권력이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소개했다면, 이 책은 자유, 평등, 권리 등 정치이념이 서구에서 발전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이 교수는 "대학 3, 4학년을 대상으로 쓴 것이라 내용이 만만치는 않지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를 들어 설명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민주정치의 기본인 자유와 평등의 관계를 소개하면서도 자유보다 평등을 더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혁명 구호를 생각한다면 자유부터 논의하고 그 다음 평등을 논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지만, 우리나라는 '자유의 평등화'라는 자유민주주의의 정상적인 길을 밟아오지 못했어요. 예컨대 일제 시기 우리에겐 자유가 없었습니다. 이런 근대를 통과하면서 자연스레 평등을 우선하는 환경에 놓였고 평등을 지고한 가치로 여기고 사회정의 실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겁니다." 이 교수는 그래서 "평등의 정치적 가치와 장단점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를 먼저 다뤘다"고 말했다.

책은 서구사상사에서 발전한 평등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의 폐해를 역사와 결부시켜 설명해 나간다. 자유에 대해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의 주제를 가지고 한국 사회의 모습을 고찰했다. 교육 평준화 같은 현실적인 이슈와 자유ㆍ평등이 발전하는 역사적 맥락, 이론과 쟁점을 두루 다루었다.

이 교수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법률 이론가 호펠드(1879~1918)의 권리론을 소개한 것도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청구, 특권, 권능, 면제 등 호펠드가 주장한 권리의 4가지 구성요소를 소개하며 이 요소들로 법적 권리와 도덕적 권리의 차이를 분석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공리주의, 의무론 등과 연관시켜 풀어낸 점도 눈에 띈다.

그는 현재 3부작의 마지막 <사회 정의>를 쓰고 있다. 정의에 관한 동서양의 이론이 생겨난 배경과 내용을 소개하면서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사례를 다양한 정의론의 시각으로 해석해볼 계획이다. "3부작은 제 공부를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쓰는 겁니다. 쓰다 보니 양이 점점 늘어 첫 권은 300여쪽이었고 <평등, 자유, 권리>는 800쪽이나 돼요. 마지막 책도 만만치 않게 두꺼울 것 같네요."

원문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12/h2011121520431584210.htm

출처 : 한국일보 기사입력 2011.12.15 20: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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