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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본 상흔의 뒷모습 정윤영의 개인전 ‘안에-있음’/ 정윤영(대학원 미술학과 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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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화가 정윤영(27)이 ‘안에-있음(In-sein)’을 주제로 자신이 20대 초반에 뜻하지 않게 겪어야만 했던 투병 경험과 기억이 담긴 상흔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꽃다운 시기에 겪은 절박했던 투병 경험과 기억이 담긴 상흔을 주제로 작업해온 정윤영 작가의 ‘안에-있음’전이 11월21일∼12월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갤러리 마하에서 열린다. ‘2013 Red Queen Effect-정윤영 초대 개인전’(갤러리 암브로시아)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이다. 전시는 꽃의 이미지를 전통 고려불화의 채색 기법인 ‘배채법(背彩法)’과 순수서양회화 방식을 접목시켜 독특하게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경험을 화폭 위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번 전시에서 수예적인 필선과 문양 그리고 겹겹이 배접된 비단에 배어든 화사한 색감을 통하여 표현된 은은한 꽃의 이미지는 현대미술에서 흔한 소재로 폄하되는 서정적인 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전시를 보는 이들은 동서양의 작업 방식을 융합한 작품을 통해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접하게 될 것이다. 정윤영 작가는 불교미술과 회화를 접목시킨 자신만의 고유한 작업 방식으로 표현해낸 꽃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로 평가받는 프리다 칼로와 에드바르 뭉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생에서 ‘절망’을 경험한 작가라는 점이다. 그림을 그리는 작가에게 작품은 곧 자신의 삶 그 자체다. 여기 또 한 명의 젊은 여성 작가가 있다. 이제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정 작가의 작품에서는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그 어느 곳보다 첨예하게 갈리는 중환자실 병상에서 누워있던 시기에 겪었던 ‘의식의 비정상적인 흐름’과 ‘마치 식물 같았던 신체의 느낌’은 그의 작업의 모티프가 되었다. 그때를 회상하며 ‘살아있음’ 그 자체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 아직 그에게 주어진 삶은 많다.
정 작가는 죽음 앞에서의 절박함을 몸소 겪었다. 병마는 그를 감정의 바닥까지 내몰았지만, 그는 그 상처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혹시나 내가 삶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았는가?’에 대한 반성, 삶에 대한 애착, 그리고 이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삶에 대한 특별한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다소 감성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힘든 병상 생활이 끝날 즈음에 어떤 정원에서 땅을 비집고 피어오른 한 떨기의 꽃이 새롭게 보이는 찰나가 있었어요. 식물이 가지고 있는 성질 중에 땅에 뿌리를 내린 부동성 같은 것이 어딘지 모르게 강인해 보이더군요. 평소에는 눈길 한번 준 적 없는 그 식물이 나와 닮아있음을 느끼면서 거기에서 새로이 영감을 얻게 되었죠.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면서, 삶의 과정에서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노라 하는 굳은 다짐이 제 마음속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정 작가의 작품에 있어서 색(色)은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언뜻 보기에 은은하고 화사한 색채는 도무지 그가 겪었다고 말하는 우울한 경험을 유추해낼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자세히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캔버스 위에 켜켜이 배접된 비단의 층위에 그물망처럼 얽히고설킨 꽃 이미지가 보인다.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스미고 번지고 흘려진 색채를 통해 화폭 위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스스로 처절하게 느꼈던 절망적 상흔을 오히려 따스한 시선과 색감으로 감싸 안았다. 그래서 감동은 배가 된다. 한 폭의 화면 위에 층위를 이루며 쌓여진 색채와 형상은 드로잉적으로 환원된 이미지에 용해되어 하나의 무한한 ‘세계’를 이루어냈다.
삶과 죽음, 존재와 실존의 문제에 대하여 사색을 유도하는 ‘안에-있음’전은 반투명한 전통적 매체인 비단을 불투명한 현대적 매체인 캔버스에 겹겹이 배접하고, 그 층위에 녹아든 몽환적인 꽃의 이미지가 회화적 기법으로 구현된 작품은 보는 이가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정 작가는 동국대에서 비교적 독특한 전공인 불교미술을 공부했고, 현재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서양회화를 공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혼성적으로 드러난다. 동양적인 미감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고려불화만의 채색기법인 배채법, 필법, 문양은 서구적인 감각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색감, 형태와 함께 화면 안에서 혼재한다. 이번 전시에서 수예적인 문양과 유려한 필선 그리고 비단의 뒷면에 채색하는 배채법을 통해 표현된 은은한 꽃의 이미지는 현대미술에서 흔한 소재로 폄하되는 서정적인 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며, 흔히 보아왔던 꽃이라고 쉽게 넘겨버리기에는 어딘지 모를 애잔함이 감돈다. 또한 동서양의 작업 방식을 융합하여 표현한 작품을 통해 작가의 자전적 경험의 세계를 접하게 될 것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고통에 대한 치유의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봄으로써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위로받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문제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사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원문보기 : http://www.segye.com/content/
출처 : 세계일보 | 입력 2014-11-18 17:14:54, 수정 2014-11-18 17:14: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