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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스토리] 취임 첫 야심작 '또봇' 일부 불량, 손해 무릅쓰고 다시 만들어 대박… 크리스마스 악몽을 축복으로 / 한찬희 (대학원 회계정보학과 00) 동문

[CEO가 말하는 내 인생의 ○○○] 영실업 한찬희 대표의 '크리스마스'

내 이름 걸고 내놓는 첫 제품인데… 생산중단·제품회수후 금형 등 개선
그해 크리스마스 완구 판매 1위 히트

"중단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입니다"
2012년은 내가 장난감 회사 영실업에 입사한 지 딱 10년이 되는 해였다.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회사 창업주인 김상희 대표가 그해에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고 당시 CFO(최고재무책임자)와 CSO(최고안전책임자) 역할을 겸직하던 내게 CEO(최고경영자)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장난감 시장은 1년에 두 번의 큰 성수기가 있다.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다. 이때는 전직원이 신제품 개발과 생산, 유통업체 점검, 판매현황 집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낸다. 그중에서도 나에게는 2013년 크리스마스가 가장 힘들고 보람 있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크리스마스 '악몽'을 전화위복으로

2013년 크리스마스는 내가 CEO를 맡고 나서 처음 신제품을 준비했던 성수기였다. 당시 남자어린이용 완구 시장은 '레고'와 '파워레인저' 같은 해외 캐릭터 장난감의 힘이 강했다. 우리 회사가 연말을 대비해 야심 차게 준비했던 제품은 '4단 합체 또봇 쿼트란'이란 변신 자동차 장난감이었다. 쿼트란은 양팔과 양다리에 4가지 종류의 차량이 달려 있어 각각 분리할 수도 있고 하나로 합쳐서 로봇이 되기도 하는 대형 완구였다. 우리가 출시한 기존의 어떤 완구보다 무겁고 큰 제품이었다.

영실업 한찬희 대표가 2일 서울 한남동 본사에서 변신 자동차 완구‘또봇 쿼트란’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 영실업 한찬희 대표가 2일 서울 한남동 본사에서 변신 자동차 완구‘또봇 쿼트란’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2013년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앞두고 불량이 발견돼 생산을 중단하고 보완한 끝에 히트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이 제품은 오랜 개발 과정이 필요했다. 보통 완구 신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데 8개월이 걸리지만 쿼트란은 1년 4개월이 걸렸다. 품질 검사도 까다롭게 진행했다. KS기준에 따르면 80㎝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하게 돼 있지만, 이 제품은 120㎝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식으로 품질 검사를 강화했다. 아이들이 놀다가 장난감을 집어던지는 상황을 가정해 콘크리트 바닥에 제품을 집어던지는 실험까지 진행했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끝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첫 생산 제품 1만대가 회사 창고로 들어왔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샘플검사를 해보니 일부 제품에서 관절이 움직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자칫하면 최대 성수기에 '크리스마스 악몽(惡夢)'이 될 판이었다. 나는 즉시 관련 임직원들을 불러모아 비상회의를 열었다. 의견은 분분했다. 새로 만들자는 의견과 불량품만 걸러내고 그대로 출시하자는 의견이 맞섰다. 12월 성수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생산을 진행해야 했고 생산을 중단할 경우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고민 끝에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모든 생산 과정을 중단시킨 것이다. "내 이름을 걸고 내놓는 첫 제품인 만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찾기 시작했다. 원인은 당시 날씨가 급격히 추워짐에 따라 플라스틱 재료가 변형됐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견고함을 높이기 위해 선택했던 두꺼운 플라스틱 구조가 오히려 제품 작동을 방해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래서 1차 생산품 1만여대를 모두 다시 생산라인으로 돌려보내 금형을 개선하고, 관절에 기름을 바르는 등 추가 과정을 진행했다. 또 재질과 품질에 대한 심층적 연구도 따로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이 현재 완구 업계에서 모범으로 불리는 '영실업 품질연구소'의 시작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시장에 나온 쿼트란은 그해 크리스마스 기간에 해외캐릭터를 제치고 완구 판매 1위에 올랐다. 고객들이 줄을 서며 구매했고 일부 매장에는 제품이 부족할 정도였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행복이 가득해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였다. 그런 여세를 몰아 쿼트란은 지난해에는 대형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완구로 선정됐다.

◇중단은 새로운 시작의 발판

내가 입사했을 당시 영실업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독점 유통권을 갖고 여기서 전체 매출의 60%를 안정적으로 올렸다. 하지만 창업주의 오랜 소망은 자체 캐릭터를 가진 종합완구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처음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그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해체하는 작업이었다.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해외 브랜드 유통사업을 중단하면서 불확실한 변화를 감당해야 했다. 조직의 반발이 있었고, 반대하는 부서 전체가 경쟁사로 이직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그래도 사업 구조조정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를 갖는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고 방송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기아자동차 등과 협업하며 작은 조직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든 캐릭터가 변신 자동차 '또봇' 시리즈다.

또봇은 애니메이션 회사와 먼저 캐릭터를 기획하고 이를 완구로 디자인한 다음 해당 완구를 애니메이션에 출연시키는, 그래서 애니메이션과 완구가 100% 일치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영화인의 꿈을 꾸었고 실제로 1년여간 영화계에 몸담았던 경험이 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그렇게 탄생한 또봇 시리즈는 어린이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언제나 어려운 고비와 실패를 겪으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꿔왔다. 벤처 붐이 불었던 1998~1999년 나는 3차례의 창업을 시도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에 더해 학교와 국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보험·주식과 같은 금융 관련 사업과 인터넷 교육 사업 등을 했다. 하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시작했던 3차례 창업은 모두 망했다. 세 번을 모두 실패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무언가를 중단하는 것은 사실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단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려고 한다.


[한찬희 대표는]

한찬희(41) 대표는 국민대 대학원 회계정보학과 석사 출신으로 국책 연구원에서 일하다 2002년 영실업 회계팀에 입사했다. 외국 캐릭터 유통이 주력이던 회사 체질을 바꿔 자체 캐릭터 완구인 '변신 자동차 또봇' 개발을 주도해 대히트를 했다.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만에서도 성공을 거뒀고 지난해 국내외 매출 1117억원을 달성했다.

한 대표는 장난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 '또봇'과 '치링치링 시크릿쥬쥬'의 공동 총감독도 맡았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TV 애니메이션이다. 그는 "한때 영화인을 꿈꿨는데 만화영화 끝부분에 제작자로서 내 이름이 올라갈 때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6/02/20150602037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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