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인! 국민인!!
[2017경상일보신춘문예-소설]과녁 - 이서안 / 문예창작대학원 06 동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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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을 반 폭 든 사내가 투수의 몸짓으로 비수를 내리꽂는다. 힘이 실린 비수는 나무판을 향해 날렵하게 날아갔다. 살진 몸에 비해 꽤 날렵했다. ‘턱’ 힘이 실린 칼이 바람을 타고 나무판 진공에서 숨이 멎었다. 다시 비수는 소리를 내지르며 일제히 판에 꽂혔다.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사내가 나무판을 향해 걸어간다. 구리철사에 휘감긴 칼자루가 광선에 번들거렸다. 단검의 크기는 손바닥 크기로 바지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였다. 꽂힌 칼들을 하나씩 뽑아낼 때 사내의 옆모습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칼들이 박혀 있을 때는 몰랐는데 멀리서 나무판의 파진 홈들이 일정한 모양을 이루었다. 테두리가 옻칠한 듯 자연스럽게 음영을 이룬 탓이었다. 그것은 희미하게나마 사람의 얼굴 같았다. 민의 촉이 파르르 섰다. 34시간 동안 잠복근무로 지쳤지만 그의 촉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사내의 얼굴은 온통 일그러져 판에 온갖 것을 쏟아낼 참이었다. 단순히 연습 삼아 던지는 비수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고난도의 특전사 무술을 익히는 것도 아닌, 형사의 오랜 직감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이었다. 등에 땀이 차오르고 이마에 진땀이 났다. 에이, 제기랄! 민은 핸드폰을 운전석 의자에 내동댕이쳤다. 쌓였던 피로가 득달같이 몰려왔다. 임대아파트가 밀집된 주차장에서 잠복 34시간 만에 반장은 철수를 명했다. 자꾸 일이 풀리지 않고 꼬여만 갔다. 빠져나갔다는 말에 위에서 쓴 물이 역류했다. 신참은 코까지 골며 아예 의자 뒤로 고개를 젖혀 자고 있었다. 세상모르고 자는 신참내기를 보자 민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귀찮은 혹을 언제까지 달고 다녀야 하는지, 반장이 기껏 생각해준 게 햇병아리 신참이었다. 세워둔 차를 슬그머니 빼내면서 민은 비수를 던지던 사내의 모습이 좀체 사라지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머지않아 이곳을 다시 올 것만 같아 뒤통수가 당겼다.
“아무리 인력이 딸린다 해도 그렇지 지구대에서 몇 달 놀다 온 놈을 붙이다뇨? 잘 뛰는 놈 붙여 달라 했더니…웬걸,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당장 때려치우든지 말든지 해야지, 이건 원….” 자신을 향해 삿대질하는 반장이 다음에 내뱉을 말을 짐작한 민은 자리를 떨치고 나왔다. 몇 달 전 마포의 묻지마 사건의 범인을 아직도 못 잡은 상태였다. 수사는 답보상태였고 결국 미제사건으로 처리될 판국이었다. 이번 달만 해도 세 건이 오리무중이었다. 검거해서 조서를 꾸민 사건은 폭행사건 한 건이었다. 반장은 유독 강력 1반을 추켜세웠다. 강력 1반 반장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논리였다. 부하 직원 잘 둬 승진가두를 달리고 있다나 뭐라나. 틀림없이 강력 1반에 반장 아킬레스가 있는 거라고 신참이 떠들어댔다. 민의 책상에는 몇 달 동안 범인 검거를 위해 수집한 증거소집 자료들이 들쑥날쑥 쌓여 있었다. 미제 사건 뭉치 서류가 민의 신경을 긁을 대로 긁어놓았다. 치질 환자가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처럼 찜찜하고 불쾌했다. 곱창으로 떠들썩한 골목길이었다. 식당마다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젊은 무리가 재잘대며 소주병을 주고받았다. 복은 자신도 한때 저런 때가 있었나 싶었다. 젊은 여자가 소주병을 들며 “위하여”를 외쳤다. 젊은 여자의 얼굴이 누군가와 겹쳐 보였다. 그 여자도 소주병을 찰랑찰랑 흔들며 잔을 부딪쳐 “지화자” 라고 소리를 질렀었다. 하지만 오늘은 도통 사람 만날 기분이 아니었다. 허나 복은 뿌리치지 못했다. 고향형님이었다. 일찍 부모님 돌아가시고 몇 안 되는 친척 중의 한 사람이었다. 새벽부터 내린 비가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종일 누워있었는데도 복의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허리는 통증으로 마구 쑤셨다. 찬 공기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져 몸이 마냥 처졌다. 의식과 두 눈만 멀쩡할 뿐 몸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 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었다. 이렇게 속절없이 죽어가는지도 몰랐다. 죽음을 생각하자 허탈한 웃음이 지어졌다. 복은 일순간 방이 목관처럼 여겨졌다. 눈을 카메라로 생각하고 줌을 조절해 좁혀보았다. 복이 누워 있는 방은 관보다 조금 넓을 뿐 별다를 게 없었다. 집안에 어떤 생물의 흔적도 없었다. 생물이 있다면 복이었다. 이대로 의식과 눈이 정지되었으면 하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지만 어김없이 눈은 떠졌고 의식은 살아 움직였다. 진짜 감행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기에 신이 여분의 시간을 남겨주었는지도 몰랐다. 신을 믿지 않았지만 신이 있다면 자신이 이 일을 하는 것은 눈감아 주는 게 마땅하다고 여겼다. 두 눈을 감기 전 복은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망가진 몸이라도 추슬러 일어나야 했다. 자신에게 이 일마저도 없었다면 그는 진즉 산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을 가다듬는 일만 남았다.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이틀의 여유가 있었다. 그는 주변을 하나씩 처리했다. 이틀 후면 이 모든 지상의 흔적들과 끝이었다. 공과금과 관리실의 관리비까지 말끔하게 정리를 해두었다. 남은 돈은 혹여 모를 장례비용으로 부탁해놓았다. 남에게 조금의 폐도 끼치기 싫어하는 그였다. 호텔 사우나에 손님은 많지 않았다. 신입은 사우나 티켓을 내민 선배를 감동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2주 동안 자신을 알게 모르게 멍청이 취급하던 선배의 호의였다. 이 호텔 사우나 물은 알칼리 온천수인데다 시설이 좋아 소문이 자자하다고 신입이 너스레를 떨었다. 목욕물이 다 거기서 거기지, 라고 말했지만 신입이 떠든 대로 수질이 좋아서 그런지 피부가 한층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수증기를 내뿜는 증기탕에서 사람들의 얼굴형체는 알아보기 힘들었고 말소리만 조곤조곤 들렸다. 민의 귓가에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상대의 등에는 뱀이 등을 타고 어깨너머로 넘어가는 문신이, 다른 사람의 등에도 커다란 잉어가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일순간 형사의 직감이 발동했지만 민은 억지로 눈을 감았다. 좁은 골목을 벗어나자 후미진 공터가 들어왔다. 낮에 봐둔 공터였다. 공터는 말라버린 잡초가 담장높이만큼 자라서 얼핏 보면 작은 덤불 같았다. 공터 옆 담벼락에 다다르자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하며 이마에 땀이 맺혔다. 안정제를 먹었는데도 가슴 뜀은 멈추지 않았다. 손바닥에 땀이 차올랐다. 밤인데도 여자의 집이 한눈에 들어왔다. 칠이 벗겨진 콘크리트 주택은 재개발해야 할 정도로 낡아 있었다. 주택 아래에 가로등이 있었지만 거리가 멀어 희미했다. 때맞춰 달도 구름 속으로 종적을 감추고 쉬 고개를 내밀 것 같지 않았다. 공터에 자란 잡초는 몸을 숨기기에 적합했다. 일을 진행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터였다. 집 뒤에는 울타리의 담이 반 정도 허물어져 있어 복은 쉽게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음에 안도했다. 업체의 정보에 의하면 여자의 남편이 집을 나가는 시간은 오후 11시 30분경이라고 했다. 여자의 남편은 야간 경비 일을 하고 아침 9시 퇴근이었다. 정보가 정확하다면 오늘 이 집에는 여자 혼자만 있는 거였다. 그는 인터넷 흥신소를 잘 선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흥신소업체에 그동안 뿌린 돈을 생각하자 부아가 치밀었다. 복은 침을 잡초 위에 탁 뱉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정확하게 11시 30분이 되자 야구 모자를 쓴 남자가 철제문을 열고 나와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섰다. 여자의 남편이었다. 여자에게 말로만 들었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남자는 꽤 나이 들어 보였다. 죽일 년. 이혼했다고 버젓이 거짓말한 걸 생각하면 이가 부드득 갈렸다. 진즉 끝장내었어야 했다. 그날 여자가 그렇게 도망갔을 때 어떻게든 죽였어야 했는데 복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지루하게 하루하루를 여자의 이름을 곱씹으며 붙들고 있었던 걸 생각하자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고 못나게 여겨졌다. 복은 지난순간 그가 죽지 못한 변명을 애써 지금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칼은 그녀를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사람이 태어나서 겪는 일 중에 사소한 우연은 없는 것이었다. 저년을 죽이려고 이 칼이 그 먼 곳에서 자신한테 왔다고 복은 여겨졌다. 비록 그것이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말이다. 그 칼은 복과 여자의 숙명이었다. 여자랑 태국 여행 갔을 때 세공품 점에서 산 거였다. 칼은 정교하고 날카로웠다. 여자들이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기에 제격이었다. 늦게까지 주점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그 가게를 지날 때 발길을 멈추게 했다. 복은 이후 이 칼을 본떠 다섯 개를 더 만들었다. 시골 오일 장터의 솜씨 좋은 대장장이는 감쪽같이 찍어낸 듯 칼을 만들어주었다. 자루 세공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서 복은 자루에 구리철사를 감았다. 구리의 무게가 보태진 칼은 무게만큼 적중률도 높았다. 복은 여자가 창문을 잠그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여자는 평소에도 문 잠그는 걸 싫어했다. 창문을 거의 잠그지 않는 게 여자의 습관이었다. 창문을 잠그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늘 열어두곤 했다. 훔쳐갈 것이 있으면 훔쳐 가라지였다. 집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다 끝나는 일이었다. 그가 문밖으로 나올 일은 없었다. 단칼에 끝내면 되는 거였다. 복은 발걸음에 힘을 빼고 집 뒷담이 무너진 곳으로 몸을 숙였다. 어디서 모를 치자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여자의 가슴을 파고들면 알싸한 누룩 냄새가 퍼져 복을 휘감았다. 탄탄하고 매끈한 몸매였다. 순한 막걸리가 목을 타고 내려갈 때의 느낌도 들었다. 주점을 하는 여자에게 자연스럽게 밴 냄새였다. “복수권씨, 김경자씨 아시죠? 어떻게 아시죠?” 몇 발자국 발을 뗀 복은 물컹한 물체에 부딪혀 손전등을 떨어트려버렸다. 손전등 굴러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다 틀려버렸다는 낭패감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손전등을 찾아 집어 든 순간 거실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복은 혼미한 상황에 얼이 빠져버렸다. 복을 향해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서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복이 자신의 앞에 놓인 이 황당함에 대처할 준비를 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여자의 눈빛은 그를 처음 안았을 때의 눈빛처럼 사랑스럽고 따뜻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여자의 얼굴은 옛날의 얼굴이 아니었다. 폭삭 늙은 얼굴이었다. 복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주저앉은 그의 허벅지에 날카로운 칼끝의 감촉이 느껴졌다. 빨리 끝내야 했지만 손이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았다. 오른쪽 주머니에 칼끝이 재차 허벅지를 눌렀다. 여자가 찰싹 달라붙더니 예전처럼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칼은 반대편 검정 소파 밑 깊숙이 가로로 놓여 있었다. 어쩌다 떨어트린 것처럼 보였다. 칼에는 여자의 지문이 묻어 있었다. 형광 불빛에 번쩍이는 칼날은 칼날보다 칼자루가 더 번뜩였다. 붉은 구릿빛철사로 정교하게 감겨 있었다. 단검이었다. 칼끝은 오랫동안 쓴 흔적이 있었고 날카로웠다. 여자의 아랫도리는 벗겨져 있었고 저항한 흔적은 없었지만 공교롭게도 사인은 뇌출혈로 인한 뇌진탕이었다. 정액검사결과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성폭행범이라면 시도조차 못 한 것이었다. 단검의 모양도 특이했다. 전문 킬러들이 쓰는 칼은 아니었다. 손바닥만큼 길이도 짧았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물적 단서가 되는 건 단검이었다. 원한 관계일 수도 있었다. 여자의 지문이 묻어 있어 여자의 남편에게 물어봤지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처음 보는 칼이라고 했다. 자기 아내한테 칼은 결코 없었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범인의 칼이 틀림없었다. 여자가 용맹스럽게 칼을 뺏고 범인과 겨루다 뇌진탕으로 쓰러졌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여자의 입고 있는 옷이나 몸에는 어떤 몸부림의 흔적도 없었다. 범인이 집안에 들어온 표시도 전혀 없었다. 방마다 문은 잠겨있었고 범인의 발자국이나 흔적은 눈 씻고 봐도 없었다. 게다가 여자는 경미하나 치매 환자였다. 단검이 문제였다. 단검만 없었다면 뇌진탕으로 인한 단순 사고사였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여자가 당뇨에다 고혈압, 여러 지병을 앓았다고 했다. 찜찜한 것은 여자가 팬티를 벗고 있었다는 거였지만 치매증세가 있었다고 하니 그것도 별 증거는 되지 않았다. 범인이 집 안으로 들어온 어떠한 단서도 없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만약 살인사건이었다면 흔적이 남아 있어야 했다. 흔적을 꼬집자면 굳이 단검이었다. 가족들은 왜 그 단검이 거기 있었는지 의아해했다. 그렇다면 여자가 범인에게 문을 열어준 것이 분명했다. 여자의 자세는 벌러덩 드러누운 자세였다. 뚱뚱한 몸매였으니 바닥에 떨어지면서 뇌진탕을 일으킨 게 틀림없었다. 근데 여자의 표정이 너무도 편안해 보였다. 여자는 잠자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비수를 던지던 판은 나무에 뎅그렁하게 그대로 걸려 있었다. 민은 주위를 휘둘러보았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오후의 아파트 공원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민은 단검을 꺼내 남자가 서서 던지던 위치에서 던져보았다. 칼은 나무판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을 가로지르다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판을 벗어난 칼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제 칼 던지는 실력마저 낙제점이야!민은 혼잣말로 읊조렸다. 머리회전도 점점 낡아가고 몸도 예전 같지가 않았다. 퇴물이 돼 가고 있는 민을 아내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도장을 찍었는지,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삼세번이다. 민은 스스로 억지다짐을 했다. 흙 묻은 단검을 손으로 털어서 다시 신중하게 던졌지만 또다시 나무판을 살짝 비켜나갔다. 민은 조급증이 일었다. 왠지 앞으로도 줄곧 수틀린 앞날의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았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투수가 공을 던지듯 천천히 몸을 비틀었다. 나무판 모서리에 칼이 퍽 꽂혔다. 꽂힌 칼의 끝과 자국을 살피던 민의 눈동자에 힘이 실렸다. 민은 머리에 심한 두통을 느끼며 깼다. 숙직실이었다. 오전 10시. 늦게까지 마신 술에 지각이었다. 집이라고 들어가 봐야 반겨줄 사람 없는 빈 집이다 보니 언제부터 민은 빈집 냄새를 꺼리게 되었다. 범인을 추적할 때 어딘가 모르게 숨어서 튀어나올 순간을 기다릴 때보다 더 지독한 냄새가 빈집 냄새였다. 반장은 성질이 날 대로 나 입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내질렀다 딩동. 딩동.
◀ 이서안 은빛 난무는 그리움과 함께 부두에 앉은 소녀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뱃고동을 울리며 배들이 총총히 떠나갔다 돌아오곤 했습니다. 아른거리는 수평선의 끝자락, 바다는 끊임없이 오롯한 동경으로 소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잠든 막내를 깨워 새벽 수산물 시장을 돌아보며 하루를 시작하신 아버지, 소녀의 눈에 새벽 바다 정경은 또 하나의 신기한 세계였습니다. 평생의 사랑을 아버지께 받았지만 어린 딸이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는 A4 두서너 장의 기억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그 그리움의 발현이 뒤늦게 소설을 쓰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기억에 남는 소설을 씀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소설을 써보라고 문학의 길로 인도해주신 윤후명 교수님, 작가의 길, 마음의 정진을 삶으로 보여주신 박상우 선생님, 소행성 문우들, 아낌없는 격려와 사랑으로 독려해준 가족과 시민공동체, 지인들에게 마음을 다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약력] -1963년 경남 마산출생
※ 심사평 / 기교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려내려는 우직함 읽혀져 ◀ 한수산 최종심에 넘어온 8편의 작품은 한결같은 약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취약한 스토리텔링, 불분명한 주제, 부정확한 표현 그리고 이어지는 허술한 구성은 좀 더 치열한 습작기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약력]
원문보기: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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