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공직 철밥통 옛말…성과 평가제 태풍 / BSC 작업 참여 , 이석환(행정)교수
[세계일보 2005-03-25 18:57]


지난 18일 국무총리 비서실의 전 직원들은 사무실을 텅 비우고 일산의 한 연수원으로 몰려갔다. BSC(균형성과지표)라는 생소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다. 직원들은 이날 ‘변화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려는 의지가 있는지’ 등 빼곡히 적힌 질문지를 받았다.
건교부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지난 22일부터 컨설팅업체 직원들의 면접조사를 받고 있다. 3월 말까지 계속될 이 조사는 목표의식과 정책방향 점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교부는 이어 전 직원을 상대로 BSC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특허청 직원들도 컨설팅업체의 면접조사를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강력한 정부혁신 추진의지 때문에 정부 각 부처가 앞다투어 BSC 도입방안을 검토하면서 공무원 사회에 개혁 태풍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BSC 제도가 도입되면 팀 및 개인별 성과 점수가 인터넷으로 공개되고, 실적은 승진 및 급여산정에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연공서열이 파괴되고, 공무원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복지부동과 관료주의도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총리실은 오는 4월2일 외교부청사에서 노 대통령과 장·차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BSC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는 ‘성과관리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 부처 중에서 지난해 말 BSC를 가장 먼저 도입한 해양경찰청은 올 1∼2월 업무실적이 지난해 동기대비 23.7%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해경의 성공사례가 알려지면서 해수부는 지난해 12월 이를 벤치마킹하고 수차례 직원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했다. 행자부는 한 컨설팅업체와 계약하고 오는 30일 워크숍을 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부천시가 직원 25명을 선발해 ‘정책평가연구회’를 만들고 BSC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4월 초 전 직원을 상대로 한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현재 20여개 정부 부처가 BSC 도입을 검토 중이다. 공직사회에선 BSC 성공사례를 다룬 ‘혁신으로 가는 항해’라는 책이 필독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반발도 적지 않다. 정책의 특성이나 업무의 다양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평가시스템이라며 일부 부처에서 미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공무원 사회에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고, 일대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BSC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대 이석환 교수(행정학)는 “전략목표 중심으로 조직이 재정렬된다”며 “BSC는 정부의 대국민 책임성 확보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한용걸 기자


BSC란


BSC는 조직의 목표를 설정한 뒤 이행 정도를 평가하는 성과관리시스템의 하나로 Balanced Scorecard(균형성과지표)의 약자이다. 팀별 점수뿐 아니라 개인 점수도 훤히 드러나며 인사고과 등에 반영된다. 팀별 목표와 성취 점수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된다.

1992년 고객만족도 정보 등 기업의 무형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먼저 도입했다. 미국 정부는 96년 관심을 가졌으며, 국방부 교통부 상무부 등 정부기관의 50%가 도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오영교 행자부장관이 2003년 KOTRA 사장 재직시 도입해 성공을 거두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차관회의 때 성과관리시스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BSC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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