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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규 건축의 삶을 묻다] 세상 최초의 건축은 꽃과 세포, 그리고 개미집 / 장윤규(건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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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건축 교과서
21세기 건축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자연이다. 자연에 대한 탐구는 미래 사회를 바꾸는 다양한 기술과 접목된다. 단순히 형태적 모티브를 따오는 단계를 넘어 생물의 기본 구조와 원리, 메커니즘을 건축에 끌어들이고 있다. 건축은 아니지만 엉겅퀴 씨앗의 갈고리 구조를 모방해 만든 일명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 테이프가 단적인 예다. 게코도마뱀·소금쟁이·연꽃잎 같은 생물체의 작동 원리를 재창조한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의 모든 생명체를 탐구하는 자연 탐구 테크놀로지가 건축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봄 완공된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이런 흐름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에서 발췌한 형상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의 건축을 창출했다. 장 누벨은 사막의 식염수 지역에서 발견된 사막의 장미(Desert Rose)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막의 장미는 건조한 해안지역에서 발생하는 꽃 모양의 광물 결정체로, 바람·물보라·모래 등이 천 년에 걸쳐 빚어낸 최초의 건축 구조라 할 수 있다.
장 누벨은 사막이라는 자연이 만들어낸 복잡하고 시적인 생성물을 추상화했다. 칼날 같은 꽃잎이 무작위로 겹치는 대형 구조물로 재현했다. 강철 구조 위에 섬유 시멘트로 만들어진 비늘 원판(disc)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디지털 이미지를 조합했다. 이 단색의 모래색 건축은 내부와 외부를 명확하게 가르지 않으며, 기존의 기하학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형태를 자연으로부터 뽑아냈다. 이 기하학 원판들은 사막에서 거대한 그늘을 만들고, 마치 유토피아 같은 열린 도시 구조로 재탄생했다.
건축계는 ‘보로노이 알고리즘(Voronoi algorithm)’을 주목한다. 위성 내비게이션, 동물 서식지 추적, 도시 계획 등에 활용되는 비선형적 기하학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선보인 아쿠아 센터가 대표적 사례다. 세포 구조처럼 자연의 반복적·연속적 형태에 나타난 상호작용의 알고리즘을 형상화했다. ‘워터큐브’로 불리는 아쿠아 센터는 비눗방울 거품이 상자 안에 갇힌 모습과 구조를 하고 있다. 2만2000개 빔과 1만2000개 마디를 연결해 거품이라는 자연 이미지를 3차원적으로 모사한 ‘거품 상자’를 완성했다.
친환경 건축은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우리 나름의 도전이다. 도로를 정비하거나, 건축물을 재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차원이다. 뉴욕 허드슨강 부두에 피어55로 불리는 연꽃 모양 공원을 보자.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과 조경가 시그니 닐센이 협업해 2021년 완공할 예정이다. 강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갈 것 같은 공원이다. 서로 다른 높이의 버섯 모양 콘크리트 기둥 280개가 반복되는 형태인데, 각각의 기둥 위에는 큰 화분이 놓여 있다. 각각의 화분은 서로 패턴으로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풍광을 이루어낸다. 도시인들은 물 위에 떠 있는 인공공원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필자는 이를 응용해 마운틴스케이프(Mountainscape) 도시를 구상했다. 자연 지형의 산을 모티브로 삼고, 그 산 안에 자연친화적인 도시 블록을 만들었다. 자연의 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하는 산과 땅의 원리를 도심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건축가 훈데르트바서(1928~2000·사진)는 화가로도 유명하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외치며 환경운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그의 자연주의 사상은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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