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문화방송 새 아나운서국장 된 손석희씨 (국문 76학번)
[한겨레 2005-03-01 18:42]


“나이·서열 따지면 파격 아니에요”

지난달 28일 발표된 문화방송 인사에서 가장 대중적 관심을 끈 이름은 새 아나운서국장 ‘손석희’(49)였다. 토론·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쌓아온 대중적 인기와 노조 활동에서 나타난 개혁성이 어우러져, 그를 최문순 사장 체제의 첫 인사 특성을 집약적으로 담아낸 대표 사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관리 간부가 된 그가 방송활동을 계속할 것인지도 관심거리여서, 그의 이름은 이날 하루종일 주요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검색어 1위 자리를 지켰다.

아나운서 위상 공영방송 걸맞게 정립
‘100분토론’·‘시선집중’ 앞으로도 진행

발령 하룻만인 1일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아직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정도 이상의 많은 관심이 쏠리는 듯해 부담스럽다”고 난색을 보였지만, 결국 몇가지 질문에 응하기로 했다. 대신 답변의 뉘앙스를 꼭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가장 곤혹스러워한 건 역시 그가 파격인사의 전형으로 비쳐진 점인 듯했다. 상당수 언론은 기수와 나이를 뛰어넘는 코드형 발탁인사로 그의 인사를 틀지웠다.

그는 “최 사장 선임 이후 모든 걸 파격 이데올로기로 바라보는 것 같다”며 “능력부족인 사람을 써서 파격이라면 몰라도, 저는 서열과 나이 등에선 파격은 아니”라고 했다. “전임 국장이 2년 선배고 40대 국장은 원래 많았습니다. 중요한 건 파격 여부가 아니라 회사가 필요해서 관리직으로 불렀고, 저도 결국 응했다는 겁니다.”

국장으로서의 구상에 대해선 “여러 방송 환경변화 속에서 흔들리는 아나운서의 위상을 공영방송에 걸맞게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논란을 두곤 “분명한 선이 있다”고 말했다.

“다방면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시사는 시사, 엔터테인먼트는 엔터테인먼트, 어느 쪽이든 전문인이 돼야 합니다. 그러나 시청률을 위해 일회용으로 망가지는 것만은 제가 국장인 한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화방송의 화두가 된 개혁과 관련해선 중간자적 역할을 강조했다.

“사장이 얘기하기 전에 구성원 스스로가 (필요성을) 느끼는 게 있습니다. 다만 위기를 푸는 방법론은 다를 수 있으므로 국원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선집중〉과 티브이 토론프로그램 〈100분토론〉은 그가 계속 진행한다고 못박았다. 경영진과는 이미 합의가 됐고, 전임 국장들도 방송활동을 병행한 전례가 많다는 것. 무엇보다 스스로 영원한 ‘방송장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영원히 관리직으로 남을 것도 아닌데 프로그램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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