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장윤규 건축이 삶을 묻다] 종이로 만든 집과 교회, 지진·전쟁의 상처 달래다 / 장윤규(건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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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대비하는 건축
건축은 멋진 공간과 형태를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항상 사회적 맥락과 함께해왔다. 특히 건축에 되묻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공간의 사회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과학기술과 문명 발전으로 생활은 풍요로워졌지만, 각종 사건·재해가 잇따르는 위험사회 속에서 구성원 전체를 떠받치는 건축의 책임도 무거워지고 있다. 환경파괴에 따른 가뭄·홍수·지진, 코로나·메르스·사스 같은 바이러스, 그리고 전쟁·테러 등의 재해와 마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주지진, 포항지진, 연평도 포격사건, 세월호 사건, 메르스 등 대형 재난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이런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는 열악하다. 요즘 코로나19 창궐에 직면하면서 건축의 사회적 장치를 더욱 고민해본다. 음압 격리병상이 부족해 중증환자가 숨지는 경우가 많았고, 경증환자를 살필 생활치료센터를 제때 마련하지 못해 혼란이 컸다. 이런 재해를 대비하는 건축 시스템을 미리 만들어 놓을 순 없었을까. 반 시게루가 2001년 인도 부즈 지진 당시 선보인 임시 주택. [중앙포토]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坂茂·63)의 ‘페이퍼 프로젝트’는 이런 면에서 시사성이 크다. 그는 종이라는 임시 재료를 재활용한 사회적 건축을 선보였다. 종이 튜브를 이용한 교회 등 커뮤니티 시설과 주택 시리즈를 구축했다. 가장 손쉽게 만드는 사회 건축 모델이다. 2007년 미국 뉴올리언스 ‘핑크 텐트’ 운동에 앞장선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 [중앙포토] 사실 재난 극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재해 지역민을 수용할 공간을 신속히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난 발생 이후 복구 및 상황 종료까지 주민들이 지낼 임시 주택을 짓는 것도 그 못지않게 필수적이다. 경우에 따라선 임시 공간을 항구적 주거 공간으로 변모시킬 수도 있다. 우리의 지속적 관심과 참여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건축가 장윤규씨가 트럭과 콘테이너를 활용해 고안한 긴급재난 거주 및 치료 시설. 이 프로젝트는 철저히 기부금으로만 꾸려갔다. 미국의 모포시스, 일본의 반 시게루, 그리고 네덜란드 MVRDV 등 전 세계 13개 건축가 팀이 제안했고, 친환경 주택 150여 채 건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있었다. 그는 피해 주민들과 직접 만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랭크 게리 등 전 세계의 유명 건축가, 환경 전문가, 그리고 에너지 컨설턴트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도 참여했다. 전 지구적 차원의 숙제로 떠오른 기후 변화 이슈를 주택 문제라는 현안으로 풀려고 노력했다. 종이 튜브의 매력…싸고 가볍고 튼튼하고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사진)는 재난 건축의 대명사로 통한다. 르완다 내전, 고베·타이완 대지진 등 지난 20여 년간 지구촌 재난 현장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공공 건축을 시도해왔다. 무엇보다 소수나 약자들의 주택 문제에 관심이 많다. 2014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종이 등 혁신적 재료 사용과 인도주의적 노력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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