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명화 속 신기한 수학 이야기>(시공사 펴냄) / 이명옥(미술)겸임교수
수학과 미술은 정다운 한 쌍

[한겨레 2005-06-23 18:03]


16 3 2 13 5 10 11 8 9 6 7 12 4 15 14 1 독일 르네상스 시대의 동판화가로 잘 알려진 뒤러의 대표작 <멜랑콜리아1>의 그림 오른쪽 위에 그려진 4×4 마방진(일명 ‘마법의 숫자판’)이다. 네 숫자를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그 합 34가 똑같다.
미술학자가 먼저 묻는다. ‘뒤러는 왜 이 그림에 마방진을 그려넣었을까?’ 그리고 수학교사가 답한다. ‘당시에는 수에 신비한 의미를 부여해, 3×3 마방진은 토성, 5×5 마방진은 화성을, 4×4 마방진은 목성을 상징했는데 목성의 힘을 빌리면 우울한 기분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죠.’ 우연의 일치인지, 마방진은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풍속도 <씨름>에서도 발견된다. 그림 중앙의 씨름하는 두 선수를 2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열십(十) 자를 그어 네 영역으로 나누면 각 영역에 속한 사람 수는 다음과 같다.

8 5 2 5 2 대각선에 놓인 세 수의 합은 모두 12다. 8을 기준으로 보면 가로의 합(8+5)과 세로의 합(8+5)는 13이고, 오른쪽 아래 2를 기준으로 보면 가로의 합(5+2)과 세로의 합(5+2)은 7이다. 이른바 ‘엑스(X)자’ 형 마방진이다. <멜랑콜리아1>을 두고 미술학자와 수학교사는 마방진 외에 그림 속 다각형·구형·저울·모래시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명옥 교수(국민대 미술학부)와 김흥규 수학교사(서울 광신고)가 29점의 명화를 놓고 미술과 수학의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하며 쓴 <명화 속 신기한 수학 이야기>(시공사 펴냄)에 담긴 한 대목이다.

이 책은 수학과 미술이 본래 “정다운 한 쌍”임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이 교수는 “수학을 모르면 회화의 어떤 법칙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 알베르티의 이론”이 말해주듯이 “미술은 곧 수학”이라고 강조한다. 인체 비례법칙, 이목구비에 황금비를 적용한 미남미녀와 8등신은 물론, 미술의 주요형식인 조화·규형·통일성·대칭에 수학은 핵심이라는 것이다.

명화 속 수학여행은, ‘<최후의 만찬>(다 빈치, 1494~98)에 감춰진 비밀스런 수와 기호의 상징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바이덴, 1435)에 숨겨진 오각형과 별의 의미는 무엇일까?’ ‘<팔 켓>(바자렐리, 1973~74)의 착시현상을 어떻게 수학으로 그릴 수 있을까?’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들로 이어진다. 미술·인문 교양도 제공하고 수학 상식도 넓혀주자는 게 이 책 편집기획 의도다.

각 장마다 ‘추측하기’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은이들이 독자한테 던지는 명화 감상용 수학문제들을 담았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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