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대학기숙사 장애인에 문턱높다

[세계일보 2005-06-28 19:33]




대학 기숙사에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전용숙소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당국은 매년 대입시에서 특별전형 확대 등을 통해 장애인 학생들의 대학 진입 문턱을 낮추고 있지만 입학한 장애학생들이 온전한 학습권을 누리는 데는 정작 무관심한 실정이다. 기숙사에 장애인 숙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침마저 마련돼 있지 않아 시급한 보완이 요구된다.



29일 가톨릭대와 건국대, 고려대 등 기숙사를 소유하고 있는 서울지역 21개 대학의 27개(지방 캠퍼스 포함) 기숙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장애인 학생을 위한 전용숙소를 갖춘 곳은 고려대(서창)와 국민대, 경희대(수원), 단국대(천안) 등 10개 대학 11개에 불과했다.








장애인 전용숙소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서강대이지만 그 비율은 전체의 4.7%에 지나지 않았고, 단국대와 연세대(원주)도 각각 1.5%와 0.8%에 불과했다. 장애인 학생 수용률 역시 낮아, 가장 높은 서강대가 2.1%였으며, 단국대 0.8%, 명지대 0.7% 순으로 조사됐다.




27개 기숙사의 전체 방 개수는 1만2086개로, 모두 3만489명을 수용하고 있지만 장애인 전용은 40개(0.3%)에 지나지 않았고, 수용인원도 58명(0.2%)에 불과했다. 또 장애학생 전용방이 없는 기숙사의 경우 아예 장애학생을 한 명도 수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비장애 학생들과 장애학생을 함께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 기숙사 관계자는 “별도의 장애인 학생 전용방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지만 시설 이용이 쉽도록 1층이나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목욕실이 있는 층에 방을 배정하는 등 나름대로 편의를 봐 주고 있다”며 “장애인 학생들이 기숙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학교 측에서도 그다지 신경을 쓰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이처럼 장애인 기숙사에 무관심한 이유로 관련 전문가들은 교내 장애시설 설치 기준이 되고 있는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장애인 숙소 마련 지침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산이 빠듯한 대부분 대학에서 장애학생 편의시설 확충에 미온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 208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장애학생 편의시설을 평가한 결과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은 2개대였다. 우수등급까지 모두 합쳐도 16개대에 불과, 전체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영수 연구원은 “대학교 기숙사 내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지원대책이 없다보니 장애인 학생들이 1학기 정도 이용하다 불편을 느껴 다른 대체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숙사에서도 수요가 없다보니 별도의 편의시설을 마련하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애인편의연대 배용호 실장도 “법적 문제는 없지만 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학이 장애인 학생 전용숙소 쿼터제를 만드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기천·김정필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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