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장윤규 건축이 삶을 묻다] 볼품없는 여의도 국회 돔, 시민홀로 개조하라 / 장윤규(건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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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맞는 국회의사당
제21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현란한 유세와 정책이 이번에도 춤을 추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갑갑하기만 하다. 자기 목소리만 앞세우는 우리의 정치는 언제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회를 떠난 건축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공공 영역의 건축은 우리 정치의 현재, 나아가 미래를 반영한다. 이를 드러내는 역사적 사례는 수없이 많다. 과거 독재자들은 그들의 이슈와 목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축을 이용했다. 무솔리니·히틀러·스탈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절대권력은 주로 거대 건축에 집착했다. 히틀러의 총통 관저 길이는 400m에 달했다. 스탈린은 모스크바를 사회주의 이념에 맞게 개조했다. 권위주의와 질서, 절대성과 규율성을 강조했다. 불행하게도 민중을 억압하는 듯한 구조를 띠게 됐다.
19세기 말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현재 우리나라 의사당과 유사했다. 제국주의 영향을 받은 데다 거대한 돔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베를린 의사당은 새롭게 부활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공격으로 돔을 비롯한 많은 부분이 파괴됐는데, 1990년 통독 이후 통일국가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여기엔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역할이 컸다.
스페인 건축가 엔리크 미랄레스가 설계한 스코틀랜드 의사당도 주목된다. 스코틀랜드 민주주의의 부활을 알렸다. 돌로 만든, 권위주의적 기념물을 닮은 런던의 의사당과 달리 시민들과 함께하는 공원 혹은 정원처럼 조성한 점이 흥미롭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그대로 땅에 새기는 것이 의회 자체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의회 좌석 또한 시민들이 앉아서 바라볼 수 있는 원형 극장 형태로 구성했다.
본회의장 토론실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기둥이 없는 완전한 빈 공간이라는 점이다. 소통 공간이란 국회의 기능을 극대화한 모양새다. 나무를 주요 재료로 사용해 방문자들의 마음도 편안해진다. 또 다른 특징은 웅장한 자연 채광 시스템이다. 의사당 상층의 위원회 회의실에까지 이어진다. 이런 곳에선 활발한 토론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 같다. 막말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대화가 오갈 것 같다. 이게 바로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의 힘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의 시작은 흔히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아테네는 개방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최초로 이룩한 도시국가였다. 정치적으로는 직접 민주주의가, 문화적으로는 학문과 예술이 꽃피웠다. 이러한 복판에는 아테네 특유의 광장문화가 있었고, 그 중심에 아고라(Agora)가 존재했다. 아고라는 원래 시장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정치·사회·문화·일상의 중심지가 됐다. 운동경기·정치집회·연극공연·종교축제·시민재판·철학토론 등 다양한 행사와 모임이 이곳에서 열렸다. 시민들은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하며 광장문화를 일궈나갔다.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은 이 나라의 랜드 마크다. 빛과 명상의 건축가로 불리는 루이스 칸(1901~74)의 유작으로 유명하다. 1962년 개발도상국인 방글라데시는 칸에게 의사당 설계를 의뢰했다. 20여 년 공력을 들여 83년 완공됐고, 방글라데시 민주주의의 상징이 됐다. 원문보기:https://news.joins.com/article/23751364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