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장윤규 건축이 삶을 묻다] 112m 우뚝 솟은 아파트, 울창한 숲을 닮았네 / 장윤규(건축학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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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난은 새로운 주거문화 낳아 르코르뷔지에의 ‘유니테 다비타시옹’ 옥상 정원. [사진 각 건축사무소] 사실 아파트라는 주거 유형도 제2차 세계대전 재난에서 비롯했다. 전쟁이 낳은 폐허를 극복하고 수많은 사람을 수용해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생겨났다. 특히 근대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는 전후 유럽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이라는 아파트형 건축을 제시했다. 개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동시에 사회적 교류를 보장하려고 했다. 덴마크 건축가 비아케 잉겔스가 코펜하겐에 완성한 ‘마운틴’(Mountain Dwellings)도 전원적 삶을 겨냥했다. 테라스 주거 공간과 하부 주차장 공간을 입체적으로 꼬았다. 아파트 80개와 자동차 480대를 수용하는 주차 공간을 조밀하게 융합해 산 모양의 입체적 단지를 만들었다. 모든 집마다 햇빛이 쏟아지는 테라스 정원을 배치했다. 전망에도 신경을 써 개별 주택들도 도시를 내려볼 수 있도록 마치 블록처럼 쌓았다. 테라스와 테라스가 연결된 옥상 정원에선 계절별로 여러 종류의 식물이 자라게 했다. 개별 아파트와 정원에 필요한 물은 공동 급수 시스템에 의해 공급된다. 지속가능형 주택의 실험이다.
집은 무엇보다 사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집합주택에선 복도·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도 필수적이다. 대개 공용 공간은 밀폐되기 쉬운데 앞으론 자연환기가 가능한, 다시 말해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선보인 가든 코트 하우징(Garden Court Housing) 프로젝트 시리즈가 흥미롭다. 그중 하나인 세이조 하우징(Seijo Housing)은 개인주택 같은 소단위 공간을 재구성해 자연을 닮은 밀집주택을 빚어냈다.
세이조 하우징은 20개 건축물이 2~3층으로 구성됐다. 언뜻 보면 단독주택을 모아놓은 것 같은데, 14개 유닛이 개별 건물들을 연결해 각 주택 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방 단위로 나뉜 박스형 주거 공간을 최대한 마당과 접하도록 해체·재구성했다. 침실·주방·거실 등 모든 방이 한 개 이상의 마당과 함께 숨을 쉬는 구조다. 모든 유닛에는 정원과 옥상 테라스가 마련됐다. 광장으로 열린 정원, 작은 골목처럼 삐걱거리는 정원, 햇빛으로 가득찬 정원, 중정으로 닫힌 정원 등 서로 독립적이되 하나로 만나는 형태다. “위대한 시대가 시작됐다. 거기에는 새로운 정신이 존재한다. 정해진 목표를 향해 밀려오는 대하와 같이 우리를 압도하는 산업은 새로운 정신으로 활기를 띠게 된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도구를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 건축 대표
원문보기: https://news.joins.com/article/23772777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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