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올림픽 성화대 프로메테우스 자손들의 스펙터클 / 조현신(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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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의 주변에서 진짜 불꽃을 볼 수 있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다. 프랑스의 몽상적 과학자 가스통 바슐라르가 “개념과 이성에 반대되는, 몽상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사유대상”으로 설정한 불, 신비한 모양새로 타오르는 그들은 이제 망각의 존재가 되어버린 채 단지 소확행 낭만의 캠프 파이어, 담배 라이터, 촛불 등의 왜소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심의 화재, 대형 산불, 산재 현장, 전쟁, 소각의 이미지로만 다가온다. 이 불꽃이 전 인류에게 평화와 희망을 주는 경우는 아마도 올림픽에서 뿐이 아닐까. 그런 까닭일까. 프로메테우스의 자손인 인류는 이성의 대극점인 몸의 전장에서 이 불을 성화라 부르면서, 최대 스펙터클을 기획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대
100년간 지속된 술잔 형상의 성화대
2016년 리우 올림픽 성화대
점화식의 발상 전환과 감동
불로 살아 움직이는 성화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성화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성화대는 엄청난 비약이었다. 점화자가 물 이 쏟아져 들어오는 연못 한가운데서 바닥에 원형으로 불을 붙였 고, 곧바로 그를 둘러싼 원형 성화대가 위로는 맹렬한 불꽃을, 밑으 로는 힘찬 물줄기를 내뿜으려 경기장 꼭대기로 이동하는 장면을 연 출했다. 불과 물이 장관을 이루면서, 성화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물체에 운동이 더해지면서 이후부터는 스펙터클의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숨어있던 타원형 봉 모양의 거대한 성화대가 몸체를 드러내며 수직으로 세워지는 장면, 2008 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몸에 와이어를 장착한 체조선수 리닝이 성 화봉을 들고 경기장 벽면을 내달려 불을 붙이는 액션을 보여주었 고, 불꽃은 순식간에 회전하는 나선형의 성화대에서 타올랐다. 이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200명의 소년, 소녀가 점화하여 수직으로 하나씩 세워져 가던 성화대, 2016년 리우 올림픽의 타오르는 키네틱 아트 성화대는 철제 장식으로 만들어진 꽃잎이 성화의 불꽃을 반사 하며 ‘살아 움직이는 성화’였다고 이야기되며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성화대로 회자된다.
글을 쓴 조현신은 현재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디자인 역사와 이론을 가르 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친근하고 낯익은 한국 디자인 역사를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근대 기에 형성된 한국적 정서의 디자인화에 관심이 많다. 2018년 『일상과 감각의 한국디자인 문 화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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