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미국의 동맹국 때리기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중일갈등에 트럼프 대통령
"동맹국이 무역서 美 이용"
일본과 연대 외면 발언 파장
한미동맹도 맹신하면 안돼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지금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보지 못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일본이 군사력을 동원해서 개입할 수 있다고 의회에서 답변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매우 폭발적인 것이었다.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일본 총리의 목을 베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중국식 외교 예절 기준으로도 이것은 지나친 발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다. 중국 외교관들의 히스테릭한 행동에 대해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놀랍게도 '일본 때리기'를 했다. 그는 질문 내용과 동떨어진 "중국보다 우리의 동맹국들이 무역에서 우리를 더 이용했다"고 대답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다소 강경한 발언이었을 수 있지만, 그의 입장은 민주 진영 국가들의 연대성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경우, 미국 대통령이라면 사실상의 동맹국인 대만에 대한 지지도, 공식 동맹국인 일본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연대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표시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든 다른 동맹국들이든 필요 없는 부담으로 본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것은 새롭지 않다. 트럼프 시대 미국은 동맹을 무시하고, 동맹 공약을 지킬 의지가 없다는 의사를 매우 요란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 보수파는 여전히 미국과의 동맹을 신성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 미국이 무조건 한국을 도와줄 나라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140여 년간의 한미관계 역사를 보면, 이러한 믿음에는 근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세계와 미국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서, 새로운 사실에 눈을 감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 돼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사건들이 트럼프의 개인 특성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변화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경향을 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역사상 두 번째로 재선 실패 이후 다시 당선된 대통령이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에서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 관세 공갈 정책, 동맹 무시 정책에 대해 지지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트럼프는 선거운동을 할 때 자신의 입장을 아주 시끄럽게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이후의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해 보이는 JD 밴스 부통령은 수많은 분야에서 트럼프보다 더욱 공세적인 태도이다. 밴스는 미국이 해외 전쟁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고, 다른 나라들을 도와줄 의무가 조금도 없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들 변화는 한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지키지 못한다면,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권은 무너지고, 미국이 괌이나 하와이까지 후퇴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측이 이러한 태도를 취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은 하와이나 괌까지 후퇴하는 것을 그리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 처방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옛날처럼 '철통같은' 것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말하면 일본은 군사력에서 강력하지 않아서, 미국을 대체할 나라가 아니다.

 

거의 유일한 대안은 독자적인 억제력 확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길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선제조건 중 하나는, 미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포기하고, 세계가 다시 약육강식의 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 쓰라린 현실을 깨닫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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