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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콘텐츠 한류 활로 여는 베이스캠프 되겠다" / 송성각(장식미술 77) 동문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각 분야 산업이 예전처럼 고성장세를 회복하긴 어렵습니다. 한류 붐을 탄 문화산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 이 또한 국내외 여러 제약으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한류 콘텐츠의 주 판로였던 일본에선 혐한류가, 중국에선 규제 장벽이 한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게임산업은 이미 중국 자본과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정부가 '선택과 집중'으로 빅 킬러 콘텐츠 발굴을 지원, 콘텐츠 산업의 활로를 여는 베이스캠프가 돼야 할 때입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9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10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등 인기 드라마와 K-팝, 게임 등 콘텐츠 한류 트리오는 세계 각지를 누비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산업 성장곡선이 2014년을 기점으로 둔화하고 있고, 수출 규모는 연 6조원 수준에 머무른다. 한류 열풍 체감 열기에 비해 국부창출 규모는 그리 높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2016년을 전후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 3대 원장으로 취임한 송성각 신임 원장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콘텐츠 전문가다. 역대 원장 중 유일하게 문화산업 현장 경험을 풍부하게 가진 인사다. 송 원장은 지난 5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문화산업이 처한 현실과 어려움, 정부의 효율적 콘텐츠 산업 진흥방안에 대한 견해와 계획을 털어놓았다. 송원장은 특히 산업 내부 논리에만 치우치지 않고, 산업계 현실과 정부 진흥산업의 허실을 짚는 균형 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 대담 = 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srkim@dt.co.kr

- 취임 후 "향후 3년이 콘텐츠 산업의 질적 도약을 이끌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해왔다고 들었다. 그런데 콘텐츠 산업의 각종 지표를 보면 성장률이 둔화하는 등 위기의 징후도 있다.

 "여러 지표를 보면 우려할 만 하다(웃음). 그렇게 되지 않고, 골든타임에 잘 대처해 산업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

- 콘텐츠 한류 위축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고 있나.

 "아무래도 해외시장 판로 위축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사를 둔 한-일간의 갈등이 고조되며 일본에서 혐한류가 확산했다. 중국 정부는 1월부터 해외 드라마 등 방송물의 상영시간 쿼터를 엄격히 제약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시장에서 편당 7억5000만원 정도에 팔렸는데, 올해 시작한 규제 영향으로 우리 드라마의 현지 유통가격은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류 드라마 가져가 제값 받으려 해도 방송 내보낼 '쿼터'가 없다는데 가격 협상이 제대로 되겠는가."

- 콘텐츠 산업이 위축된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산업 내부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어떠한 산업도 연간 10% 이상 성장하는 고성장 시대는 이미 끝났다. 가령 게임산업은 이른바 중독성 논란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게임산업이 활로를 잃고 정체로 돌아섰다고 보진 않는다. 급속한 팽창을 거듭하다 이제 성장통 국면을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 게임업계가 그간 기회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최근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역지사지'를 화두로 던졌다. (게임의 중독성 등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부모들도 동의할 만한 것을 개발해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도 했다. 대형 게임 업체들이 공동 출자해 가족단위의 게임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도 나눴다. 부모들이 야단만 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수 있는 게임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아케이드 게임이 그야말로 '박살'이 났는데, 이같은 공간을 구축하면 아케이드 게임도 다시 부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사들이 그간 돈 버는 데만 주력했는데, 중독성 논란 등 사회 이슈에 제대로 대처하고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최근 들어 게임사들이 이같은 활동에 나서고 있는데, 조금 더 빨리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연간 사용 가능한 콘텐츠 산업 지원 예산은 얼마이고, 적절한 수준인가.

 "2100억원 남짓한 돈을 쓸 수 있다. 단순 규모로만 따지면 이는 사실 국내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가 단일 품목 연구개발에 쓰는 금액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쓰임새에 따라 충분히 유용하게 사용 가능한 금액이기도 하다. 글로벌 IT 기업 중 허름한 창고에서 출발해 성공한 곳들이 적지 않다. 그야말로 궁핍한 상황에서 솟아오른 아이디어, 처절한 노력으로 일어선 경우는 많다.

진흥원이 운영하는 콘텐츠코리아 랩(Lab)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공간과 설비를 지원하고, 앞서 성공한 벤처업계 명사들을 통한 멘토링도 제공된다. 어떨 때 보면 "이렇게까지 지원해줄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이 들 만큼 지원이 잘 이뤄진다. 스타트업 기업들을 지켜보면 대체로 '좋아하는' 일을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해 꾸려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다. 일부 중소 기업의 경우지만, 정부 과제 지원금 받아 근근히 연명하는, 일명 '좀비 컴퍼니'도 없지 않다. 혈세로 하는 지원 사업인 만큼 계획도 잘 세우고, 옥석을 가려 지원해나갈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빅 킬러 콘텐츠'를 발굴해 낼지, 계획은 세웠나.

 "나름 고민 많았고, 취임 후 공부를 많이 했다. 콘텐츠 산업의 본질적 핵심이 무엇인지 안다고 나름 자부한다. 아무래도 방송, K-팝, 게임 등 3대 축은 변함없이 끌고 가야 한다. 이 분야가 가장 유망하지만, 다른 분야의 가능성도 도외시 하지 않는다. 최근 가능성을 보이는 캐릭터 산업도 이를 원천 소스로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영화와 만화, 상품으로 다양화하면 의미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공방'이 아닌 '공장'을 지원해야 한다. 같은 돈을 써서 일자리 몇 개 만드는 게 아니라, 10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공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있는 일에 돈을 써야 한다. 거기서 번 돈으로 다른 분야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조직개편도 이에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 융합전략 기획실을 신설한 것은 중복해 지원한 부분은 합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박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다.

한정된 자원에서 시너지를 내도록, 각 파트별로 파편화돼 있는 행사 또는 지원 사업을 묶어 판을 키울 것이다. 콘텐츠진흥원에 몸 담고 각 산업을 지원하는 개개인이 모두 확률 높은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는 프로듀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고, 이같은 노력이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 콘텐츠 한류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빅 킬러 콘텐츠'를 발굴할 것이다."

- 직접 느껴본 진흥원은 어떠한 조직인가. 지방이전으로 어려움은 없나.

 "어려움과 고충이 사실 크다. 개인적으론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정부가 결정한 만큼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혼기 앞둔 딸 가진 부모가 자식이 직장 때문에 먼 지방으로 간다고 하면 반길 사람 있겠는가. 취임 직후 각 팀마다 돌아다니며, 팀 말석에 인턴처럼 앉아 일했다. 실무 팀장은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그러나 각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원들의 지방이전에 따른 어려움은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한 것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개개인의 품성과 무관하게, 감투나 자리가 그 사람을 '무겁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제 40대인 실무 팀장들이 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뛰라는 의미에서 마치 인턴처럼 팀을 돌아다녔다. 그러지 않으면 나한테 깨진다.(웃음) 100살까지 살 수 있는 시대인데, 젊은 사람들이 무거워지면 안 된다."

 

■송성각 원장은…

◇ 출생연도: 1958년

◇ 고향: 충남 홍성

◇ 학력

-1977년 대일고등학교 졸업

-1981년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경력

-1982년 제일기획 입사

-1982년 86 아시안게임 심볼응모 입상

-제일기획 제작본부 상무 역임

-2007~2008 (주)워크원더스 대표이사

-2008~2014 (주)머큐리포스트 대표이사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3090210103174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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