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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반응 예측의 패러다임 바꾸다! 인공지능으로 전자이동까지 모사하는 모델 개발 Nature지 게재 / 정준영(나노소재전공)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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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총장 정승렬) 과학기술대학 응용화학부 나노소재 전공 정준영 교수 연구팀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콜리(Connor W. Coley) 교수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차세대 화학 반응 예측 인공지능 모델 ‘FlowER (Flow Matching for Electron Redistribution)’가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Nature에 ‘Electron flow matching for generative reaction mechanism prediction’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화학 반응 예측은 신약 개발, 친환경 소재 설계, 에너지 저장 기술 등 다양한 산업과 일상에 직결되는 핵심 기술이다. 새로운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원료를 어떤 조건에서 반응시켜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알아야 하며, 이를 잘못 예측하면 수많은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화학자의 경험과 반복 실험에 의존했지만, 복잡한 반응의 경우 수천 가지 이상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사람이 모든 경우를 다 시도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복잡한 화학 반응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인공지능은 연구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FlowER는 기존 인공지능이 놓쳤던 ‘질량 보존 법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반응을 단계별로 예측한다. 연구팀은 화학 반응을 ‘전자 재배치’ 문제로 새롭게 정의하고, 화학 반응 전후의 전자와 원자 수를 정확히 보존하는 방식으로 중간체까지 추적 가능한 모델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분자 속 원자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전자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지도’처럼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해, 이를 최신 인공지능 학습 기법인 ‘플로우 매칭(flow matching)’과 결합했다. 플로우 매칭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상태를 자연스럽게 이어서 예측하는 기술로, 마치 여러 장면을 이어붙여 영화처럼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
이 접근 덕분에 모델은 반응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러 경로의 차이, 실험에서 종종 나타나는 부산물, 그리고 교과서에도 없는 새로운 반응까지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차이와 부산물, 새로운 반응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원하는 물질을 더 빠르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FlowER는 특히 새로운 유형의 화학 반응에도 매우 적은 예시만으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단 32개의 사례만 보여줘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반응에서 10번 중 8번 이상 정확한 경로를 찾아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예측한 반응 경로를 실제 물리·화학 법칙에 맞는지 양자화학 계산으로 검증할 수 있어 실험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은 신약 개발, 친환경 촉매 설계, 에너지 소재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대 정준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단순히 ‘정답’을 내는 수준을 넘어, 화학자가 쓰는 언어와 같은 방식으로 반응 메커니즘을 추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특히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인 질량 보존 법칙을 지키도록 설계했을 뿐인데도 예측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전기화학, 대기화학, 생화학 반응뿐만 아니라, 아직 세상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화학 반응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연구는 화학이라는 기초학문과 인공지능이 융합된 사례로, 전문 지식(domain knowledge)이 중요한 분야에서 기존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잘 고려하지 않았던 기본 법칙을 반영함으로써 성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앞으로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더 정밀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