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제로원 디자인센터 사그마이스터 ‘…디자인전’] Design―Art “경계는 없다”
2004년 03월 23일 (화) 17:15

공연문화의 중심지인 서울 동숭동 1번지에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의 국민대 부설 제로원 디자인센터. 갤러리,소극장,디자인도서관,디자인스튜디오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춘 곳이다. 여기 지하 1층의 갤러리에서는 개관기념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의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전이 4월18일까지 열린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중인 스테판 사그마이스터(42)는 기발하고 전위적인 작업을 시도해온 그래픽디자이너. 알파벳으로 얼굴을 뒤덮은 가수 루 리드의 앨범 포스터와 자신의 몸에 포스터의 이미지를 새겨넣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국내 처음 선보이는 사그마이스터의 출품작은 곳곳에 숨어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하느라 관람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코디언 모양의 CD 케이스를 접었다 펼치면 음악이 흘러나오고 슬픈 내용이 들어있는 책갈피에는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있다. 바다를 노래한 부분은 글자가 파도모양을 이루는 등 신선하고도 파격적인 북 디자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신의 디자인전을 알리는 포스터 작업도 재미있다. 전라의 남자 뒷모습이 찍힌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엉덩이에 실 달린 바늘이 꽂혀 있다.

사그마이스터는 93년 설립한 자신의 회사를 통해 록스타 패션디자이너와 공연장 홍보 포스터 등 문화예술분야의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그는 가수 롤링 스톤스,데이비드 번,루 리드의 CD커버디자인으로 그래미상 최우수음반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휴머니즘’으로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스케치 200여장과 완성된 디자인 제품 100여점이 전시된다.

최근작은 물론이고 그의 대표작들과 스케치북을 도배한 별실도 마련됐다. 그동안 책이나 인터넷으로만 볼 수 있었던 사그마이스터의 상상력 뛰어난 작품들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디자인 교육의 실험적 현장을 제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윤상진(국민대 겸임교수)씨는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대 미술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외에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영상미술,전시 및 디스플레이,가구 및 실내디자인,클레이 애니메이션 등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제로원 디자인센터 개설로 대학로는 디자인의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대학로에는 홍익대와 상명대 등의 디자인 대학원이 잇따라 들어섰다. 60년대 산업디자인진흥원이 설립된 이후 대학로는 기존의 연극과 함께 디자인 교육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학로에는 이미 동덕여대가 공연장을 포함한 공연예술대학을 3년전 대학로에 개설했고 중앙대는 연극영화과의 대학로 연기연습실을 2년전부터 운영중이며 한양대는 작년말에 한양레퍼토리시어터라는 전용극장을 개관한 적이 있다.

이광형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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