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김승희 장신구展 '내가슴에 박힌 山水'
2004년 03월 24일 (수) 17:18



자연 소재 브로치등 40여점 전시



[조선일보 정재연 기자] 가로 세로 4~5㎝짜리 브로치에 산수(山水)가 들어왔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며 봄바람 살랑이고 은은한 꽃내음이 솔솔 풍길 듯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금속 공예작가 김승희(국민대 교수)씨는 작은 장신구에 자연과 정물을 끌어들인다. 서울 구기동 주택가에 문 열었던 공예전문 갤러리 크래프트 하우스가 개관 10주년 기념전으로 마련한 ‘김승희 장신구: 정물-풍경’에서는 30년 공예 인생이 녹아 있는 작가의 시적인 장신구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단아한 컵이나 주발에 깨끗하고 차가운 빙산 한 조각, 혹은 짙푸른 산봉우리를 뚝 떼어다 옮겨 담고 빨대까지 꽂아 놓은 듯한 청량한 디자인은 김승희씨의 작품세계를 압축해 보여준다. 그의 장신구에는 이 세상을 손바닥에 쏙 들어올 듯한 크기로 줄여 놓은 듯한 신비로움이 넘친다. 작가는 다이아몬드·루비·사파이어 같이 호화로운 보석을 대신 도장 파고 남은 마노, 속만 파쓰고 내버리는 호박 껍데기 등 자투리를 소재로 삼는다. 오닉스·황옥·비취도 즐겨 사용한다. 거친 돌을 연마하지 않고 그대로 쓰기도 하고 화려한 색깔뿐 아니라 회색, 검정 등 무채색도 마다 않는다.



작가에게 장신구는 재산도, 예물도, 과시도 아니다. 그에게 장신구는 사람의 몸에 달리는, 움직이는 미니 조각이다. 또 대량생산된 작품이나 유명 브랜드 장신구에 비해 느리고 답답하게 만드는 것 같지만 손맛의 여유와 정겨움이 살아 있는 예술이다. 그의 장신구는 다음과 같은 평을 듣는 예술 작품이다. ‘김승희의 풍경 시리즈는 작가의 마음과 정서로 여과된 극히 내밀한 풍경이다. 그의 풍경에서 정물과도 같은 은밀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에는 시공을 초월한 공간이 있으며… 마치 옛 동산의 추억과 함께 되살아나는 실내악과도 같이 그윽하면서도 향수어린 시정이라고나 할까’(미술평론가 이일) 전시는 25일~4월3일까지. (02)546-2497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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