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1급간부들 돌연사표 뒤숭숭한 교육부


4명중 2명…‘靑·여당의 사퇴압력 아니냐’說

문성웅기자 swmoon@munhwa.com

교육인적자원부가 뒤숭숭하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을 위시한 국·공립대 교수들이 대학 입시안 등 정부의 교육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있는 데다 교육부 1급 보직 간부 4명중 2명이 돌연 사표를 제출해 인사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부에 대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불신이 정도를 넘어섰다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교육부측은 그러나 간부들의 사표에 정치적인 배경이 없으며, 대학들의 반발에도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1급 간부들의 사표 제출, 왜 나왔나 = 교육부 1급 간부는 모두 4명으로, 서울시 부교육감과 교육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이 지난 14일자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을 둘러싸고 서울대와 청와대·여당 사이의 갈등이 채 가라앉기도 전이어서 돌연한 사표제출 배경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교원평가제의 후퇴와 함께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위주의 학생 선발안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 결국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 사퇴 강요를 받은 게 아니냐는 것.

교육부측은 이에 대해 “서울시 부교육감은 중등교육의 행정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으며, 교육부 정책홍보관리실장도 예산과 홍보를 총괄하는 업무여서 최근 불거진 입시안 등과는 거리가 먼 보직이다”며 “교육부의 인사 적체가 심한데다 직제개편안을 행정자치부에 제출한 상태여서 고참간부들이 후배들을 위해 용퇴를 결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번에 사표를 제출한 이들 간부는 차관보와 교원소청심사위원장보다 앞서 1급자리에 올라 각각 3년과 2년 가까이 근무했다. 직제개편안도 인적자원3국(총괄-개발-관리)의 대학지원국 개편 등이 포함됐다.

교육부가 이번 사표에 정치적 배경이 없다고 못을 박고 나섰지만 돌연한 사표제출을 둘러싼 추측은 가시질 않고 있다. 교육부가 학생, 학부모, 주요 대학 등에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낸 만큼 조직혁신과 구조조정 필요성을 주문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직제개편과 함께 단행될 인사에서도 외부 수혈 등 적잖은 파란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면초가의 교육부 = 대입시안·총장선출방식·대학법인화 등을 둘러싼 서울대 정 총장과 국공립대 교수들의 집단적 반발 분위기에 교육부는 불쾌해하면서도 직접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뾰족한 대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으로부터는 보다 강경하게 대처하지 못한다고 질책받고 있는 형국이다. 좌우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정 총장의 ‘고교평준화 재고’ 발언에 대해 “고교 평준화정책마저 깨진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싸늘하게 반응했다. 여당측은 정 총장의 언급을 겨냥, “정부의 공교육 체계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달초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와 여당은 교육부가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안과 관련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주요사립대들도 통합교과형 논술 위주로 학생 선발에 나설 입장이어서 교육부의 내신성적 중심기조를 위협하고 있다.

문성웅기자 swmoon@


목록